명지대 훈련을 지켜볼 때 남들과 다르게 훈련하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신입생인 김태헌(180cm, G)은 연습경기가 열리고 있을 때 외부에서 체육관으로 들어왔다. 다른 선수들이 연습경기 전반을 치르고 있을 때 김태헌을 외부에서 달리기를 한 뒤 들어오는 것이었다.
김태헌은 “새벽, 오전, 오후, 야간으로 경기 전에 어떻게 할지 생각하면서 야외에서 뛴다. 그 뒤 팀 훈련에 맞춰서 팀 훈련을 한다”며 “신입생이라서 대학에서 처음 훈련하는데 고등학교와 힘 차이가 있고, 기술 차이도 있다. 그런 차이가 커서 적응도 힘들었다. 저보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과 하니까 기량이 느는 게 느껴진다. 연습경기도 뛰면서 새로운 것도 느껴서 제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첫 대학 무대에서 훈련하는 소감을 전했다.
김태헌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밖에서 뛰는 이유를 묻자 “제 생각에는 기량이 확 뛰어나지 않고, 경기에 들어가면 흥분하는 경우가 있다”며 “연습경기를 뛸 때 기회를 주시는데 경기 중 남들을 살려줘야 하는데 제 공격을 먼저 보는 경향이 있어서 생각을 해보라는 의미로 감독님께서 뛰게 하신다. 하루에 20km 정도 뛴다. 힘들어도 체력이 더 좋아진다”고 했다.
한 프로 감독은 “체력이 약한 A선수에게 매일 30분 가량만 뛰어도 체력이 좋아질 거라고 하는데 그렇게 안 한다”고 했다. 명지대 김태진 감독이 김태헌에게 뛰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과 함께 시간 활용이다. 신입생인 김태헌이 연습경기 중 전반에 코트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럼 벤치에서만 가만히 앉아 있는다. 그렇게 시간만 흘려 보내는 것보다는 체력 향상까지 가능한 달리기를 시키는 것이다.
효과는 있을까?
김태헌은 “당장은 효과가 보이지 않지만, 외부에서 안 뛰는 경우에는 뭘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할 수 있는 걸 못 보여줬다면 달리기를 한 뒤 코트에 들어가면 마음이 안정된다”며 “저보다는 팀 동료들을 보고, 한 번 더 생각한다. 생각을 정리하니까 연습경기 때 더 잘 된다”고 했다.
한정도는 “지금까지 연습경기에서는 팀 공격보다 자기 공격을 많이 본다. 수비는 과감하게 잘 한다”고 김태헌을 설명했고, 서정호는 “김태헌은 저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농구 면이 아니라 태헌이가 가진 자신감, 누구를 만나든 주눅들지 않고 들어가는 게 대단하다. 자신이 있으니까 돌파도 가능하다”고 했다.
김태헌은 장단점을 묻자 “슛과 스피드다. 단점은 경기 운영이 부족하다. 작은 실수도 많다. 수비는 한 번 쉴 때가 있다. 우리 수비는 구멍이 안 나와야 하는데 한 번씩 쉬는 게 문제”라고 했다.
김태헌은 어릴 때부터 농구를 좋아했지만, 가족의 반대에 부딪혀 뒤늦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태헌은 “아직도 농구가 재미있다. 그냥 좋다. 농구 외적으로 다른 재미있는 걸 못 느낀다. 혼나고 힘들어도 농구가 재미있다”며 “고등학교 때 매일 새벽훈련을 했다. 모든 선수들이 장점이 있어야 한다. 제 장점을 슛으로 여겨서 슛 연습을 쉬는 날 없이 연습하고, 훈련을 했다”고 자신의 고교 시절을 되돌아봤다.
김태헌은 “김낙현 선수처럼 기회일 때 바로 슛을 던지는 선수를 좋아한다. 김낙현 선수는 그렇게 하면서도 팀을 살려준다. 저도 득점하면서 남을 살려줄 수 있는, 그래서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모든 선수가 제가 하는 플레이를 신뢰해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