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단일 대회 방식으로 열린 대학농구리그가 다시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찾아온다. 올해 남자대학농구는 전체적으로 전력 평준화가 이뤄져 12개 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고등학생 때부터 국가대표로 뽑히며 '한국농구 미래'로 평가받는 여준석이 대학무대 데뷔전을 치르는 등 벌써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과연 올 시즌에는 어떤 이슈들이 대학농구를 뜨겁게 달굴까.
팀당 경기수 16G→14G
대학농구리그는 2010년 출범했다. 당시 12개 대학이 두 번씩 맞대결을 가져 팀당 22경기를 치렀다. 총 경기수는 132경기였다. 2010년과 2011년에는 11월에 정규리그를 마쳤다. 2012년부터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시즌 개막 전으로 앞당겨졌다. 대학농구리그도 그에 맞춰 2012년 9월 14일 정규리그를 마쳤다. 일정이 빡빡해지자 경기수가 많다는 의견이 나왔다. 수업을 들으면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 여름 방학에는 경기를 치르지 않다 보니 22경기가 부담이었다.
대학농구리그는 2013년부터 팀당 경기수를 16경기로 줄였다. 전체 경기 수는 96경기. 전 시즌 순위 기준으로 6팀씩 두 개조로 나눴다. 같은 조 팀끼리 2번, 다른 조 팀과 한 번씩 맞대결을 가졌다. 이는 2019년까지 7년 동안 이어졌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단일 대회 방식으로 대학농구리그를 치렀다.
올해부터는 4팀씩 3개조로 편성했다. A조 건국대와 동국대, 조선대, 중앙대, B조 경희대와 고려대, 상명대, 한양대, C조 연세대와 단국대, 명지대, 성균관대로 이뤄졌다. 단일 대회를 치를 때와 같은 조 편성 방식이다. 대신 같은 조끼리 2경기, 다른 조 팀과 1경기를 갖는다. 팀당 경기수는 14경기로 기존보다 2경기 줄었다. 전체 경기수는 84경기다.
조 편성은 단일 대회에서 결선 토너먼트 진출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경기수가 줄어든 대학농구리그에서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영향을 줄 여지가 크다. 양강인 고려대와 연세대를 피한 A조가 조금 더 낫다는 의견이 있지만, 모든 팀이 재미있는 승부를 펼칠 수 있는 조 편성이라고 여긴다.
새로운 스타 여준석, 고려대 입학
경희대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정규리그에서 단 2패만 당했다. 2011년에는 22전승을 거뒀고,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21승 1패와 15승 1패를 기록했다. 김민구와 김종규, 두경민을 앞세운 경희대 천하였다. 2011년과 2012년에는 통합우승 했다. 그런 경희대를 멈춰 세운 건 고려대였다.
대학농구리그 출범 초기인 2010년과 2011년에는 6위와 5위에 머물렀던 고려대는 2012년부터 강자의 면모를 찾았다. 2013년 다시 최강의 전력으로 거듭났는데 그 계기는 이종현의 입학이다. 이승현이 버티고 있던 고려대는 2012년 고등학생임에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이종현까지 가세하자 최강의 높이를 구축했다. 고려대가 대학 최강의 장대 군단으로 자리를 굳힌 시발점이다.
고려대는 정규리그에서 경희대와 연세대에게 밀려 3위에 머물렀지만,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각각 2승 1패로 연세대, 경희대를 차례로 격파하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종현은 신인상과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되었다. 고려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정규리그에서 단 1패만 당하는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다. 이 기간 고려대의 승률은 97.9%(47승 1패)로 경희대의 3년 동안 승률 96.7%(58승 2패)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고려대는 이종현의 졸업 후에도 정규리그에서 강세를 보이며 우승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연세대의 벽에 막혔다. 이제는 다시 한 번 더 대학 최강의 자리를 되찾으려고 한다. 이종현에 이어 9년 만에 고등학생 신분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되었던 여준석이 입학했기 때문이다. 여준석은 중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건 이종현과 비슷하지만, 장신임에도 다재다능함을 자랑하며 내외곽 플레이를 모두 할 줄 안다는 건 다르다. 여기에 뛰어난 농구 기량뿐 아니라 프로농구에서 허웅과 허훈 형제의 인기를 이어받을 재목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여준석은 고려대를 정상으로 올려놓을 자원이자 대학농구 인기를 끌어올릴 스타다.
연세대, 이제는 도전자
연세대는 대학농구리그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을 때가 2012년 14승 8패를 기록하며 4위에 머물렀을 때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최소한 4강에 진출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정규리그에서 승률 80% 이상 기록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단일 대회에서 단 1패도 당하지 않았다. 최근 대학 최강자임을 자랑했던 연세대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플레이오프에 불참해 고려대의 챔피언 등극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6년 연속 대학농구리그 챔피언 등극에는 실패한 연세대는 도전자 입장에서 2022년을 시작한다. 고려대가 여준석을 비롯해 김민규, 박정환, 신주영, 이건희 등 신입생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대학 대부분 감독들은 고려대가 최강의 전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세대 은희석 감독도 “올해 고려대는 신입생들의 기량이 좋고, 재학생들까지 물샐 틈 없는 구성이다. 이건 인정한다”고 고려대의 전력을 높이 샀다.
이런 평가는 익숙하다. 연세대는 언제나 고려대보다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 속에 대학농구리그 개막을 맞이했다. 정규리그에서는 힘을 쓰지 못해 간혹 패배를 당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이 때문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건 2019년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5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 원동력은 탄탄한 조직력이다. 여기에 70점 내외로 묶는 짠물 수비는 연세대의 팀 컬러다. 올해 역시 조직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춰 훈련했다. 김보배와 이규태로 높이를 보강한 연세대는 고려대를 따돌리고 다시 정상 등극에 도전한다.
전력평준화 속 돌풍의 주인공은?
대학농구리그 출범 첫 해 중앙대가 전승 우승을 차지한 뒤 경희대가 그 뒤를 이어받았다. 중앙대와 경희대의 전성기 이후 2014년부터 5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은 항상 고려대와 연세대의 맞대결이었다. 대학농구리그 출범할 당시 기대했던 건 전력 평준화였지만, 고려대와 연세대의 양강 구도가 더욱 짙어지는 듯 했다. 2019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성균관대가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섰다. 조선대와 더불어 12위를 경험한 두 팀 중 하나인 성균관대의 반등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난해 대학농구리그 1차 대회에서 동국대가 결승에 진출했고, 플레이오프에서 한양대가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다. 대진의 운이 따랐다고 해도 새로운 팀들이 최후의 결전에 나선다는 건 그만큼 전력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도 고려대와 연세대가 강세인 건 분명하다. 그 가운데 중위권 구도는 오리무중이다. 어느 팀도 확실하게 우위를 점한다고 볼 수 없다. 그나마 단국대가 지난해부터 2022년 최고의 성적을 바라며 준비했다. 주축 의존도가 높았던 단국대는 올해 신입생 서동원과 송재환, 최강민 등이 가세해 가용 인원을 대폭 늘렸다. 이경도와 염유성이 지난해 1학년임에도 주축 선수로 부족하지 않는 기량을 뽐냈고, 조재우와 지승태가 버티는 높이도 만만치 않다. 단국대는 올해 2017년 팀 최고 성적인 4위 그 이상을 바라본다.
최근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팀은 한양대다. 정재훈 감독 부임 후 8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어나가지 못했지만, 이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다. 한양대는 2년 연속으로 대학 졸업생뿐 아니라 재학생까지 프로 무대에 내보냈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노력하는 팀 내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어 드러난 자리를 계속 메운다. 올해는 김선우, 송승환, 신지원 등 신입생까지 제대로 보강했다. 신입생들이 경험치만 쌓는다면 지난해 준우승의 기운을 이어나갈 기세다.
전통의 강호 경희대는 팀 분위기를 새롭게 바꿨다. 프로 무대에서 갓 은퇴한 김민수, 김우람 코치가 김현국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적극 소통하며 훈련했다. 이 덕분에 고학년과 저학년의 조화가 돋보인다. 이사성이 높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면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을 전력이다.
중앙대는 고려대 못지 않은 높이를 자랑하던 팀이다. 선상혁의 이른 프로 진출로 팀의 기둥을 잃었지만, 여전히 정성훈, 이강현, 박철현, 임동언 등 2m 내외 장신 선수 여러 명이 버틴다. 가드진의 무게감까지 더할 김휴범이 입학해 올해 역시 상위권을 위협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중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동국대와 성균관대는 주축 선수들이 졸업해 전력이 지난해보다 약해진 팀으로 꼽힌다. 신입생 가운데 당장 주축으로 뛸 선수가 부족한 것도 두 팀의 공통된 전력 약화의 원인이다. 그럼에도 탄탄한 가드진을 자랑하는 건 똑같다. 높이 열세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지만, 가드진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면 충분히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하다.
이변을 꿈꾼다
건국대와 명지대, 조선대는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던 팀들이다. 건국대는 2016년까지만 해도 플레이오프 진출 단골 손님이었으나 2017년부터 3년 연속 10위에 머물렀다. 최근 2년 동안 14경기에서 승률 28.6%(4승 10패)를 기록했다. 3년 연속 10위였던 3시즌 승률 27.1%(13승 35패)와 비슷하다. 올해는 명예회복을 벼른다. 휘문고 골밑을 책임지던 프레디가 입학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백지웅이 외곽에서 득점을 터트려준다면 플레이오프 진출 그 이상 도전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명지대는 올해 처음으로 그 문턱을 넘어서려고 한다. 준 해리건과 박지환, 이민철이 입학해 명지대 전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박지환과 이민철이 앞선에서 활개치고, 해리건이 골밑을 지킬 수 있다. 여기에 신입생과 재학생의 조화가 이뤄지면 어느 때보다 강한 명지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최하위를 도맡았던 조선대는 이제 그 멍에를 벗으려고 한다. 올해 가용인원을 대폭 늘렸다. 신입생만 7명이 입학했다. 인원이 적어 훈련이 부족해도 경기를 마음껏 뛸 수 있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경쟁에서 이겨야만 코트를 밟을 수 있다. 훈련량까지 늘렸다. 한양대처럼 긍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조선대 강양현 감독이 평소 하고 싶었던 전술까지 적용 가능하다. 조선대는 다른 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상명대는 졸업생이 없었지만, 농구부를 떠난 선수가 나오며 전력이 약해졌다. 그나마 신입생들이 모두 착실하게 훈련에 임하는 건 긍정적이다. 더불어 2019년 신인상을 받았던 김태호가 편입했다. 어느 대학보다 높이가 낮은 게 아쉽지만, 상명대는 2020년에도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학농구리그 1,2차 대회 모두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올해 2020년의 재현을 노린다.